“매수 우선권 달라” 회원들 평지풍파 | ||||||||||||||||||
정부·공기업 소유 골프장 선진화 방안이 구체화되면서 ‘평지풍파’가 일고 있다.
지난 9월 3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보훈처가 각각 소유한 경기도 광주 뉴서울컨트리클럽, 용인 88컨트리클럽 두 곳의 매각공고가 한 일간지에 나란히 실린 것. 매각은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추진되며, 예비실사 등을 거쳐 연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회원권 가격 하락과 부킹 횟수 축소 등 권익침해를 우려한 해당 골프클럽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함께 회원들의 자체 인수를 위한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뉴서울CC 회원들로 구성된 ‘매각대책특별위원회’는 10월 4일 클럽하우스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매각 추진배경과 향후 대응방안 등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정권 바뀔 때마다 매각설 나와 매각대책특별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황호직 회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10월 중 매각중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회원들이 직접 매각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인설립 또는 인수대행사를 선정하는 방안을 재확인했다. 황 위원장은 “뉴서울CC는 지난 87년 1992명의 회원입회금 454억원을 기반으로 건설됐으며, 지난 20여년간 흑자경영을 유지했다”며 “당연히 직접 이해관계자인 회원들에게 우선매수협상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 대응책 찾기에 분주하기는 88CC 회원들도 마찬가지. ‘88CC 인수추진위원회’는 매각공고가 실린 지난 9월 30일, 클럽하우스 3호실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그 자리에서 향후 업무 전반을 진행할 전문 컨설팅사를 이른 시일 내 선임하기로 했으며, 입찰 보증금 마련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에 앞선 지난 8월 회원들은 골프장 내 연습장 3층 사무실에 모여 인수추진위원회 결성식을 가졌으며, 9월 18일에는 김재범 회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권익을 지향하는 현 정부가 회원의 이익에 반하는 매각을 강제적으로 집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만약 단순한 경제적 계산만을 앞세워 매각을 진행할 경우 법적 대응은 물론 2000여명의 회원들이 반대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공기업 소유 골프장에 대한 매각방침이 처음 나온 것은 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처방으로 공기업의 민영화 방안에 골프장도 포함된 것. 실제 당시 여러 차례 입찰이 실시됐으나 시장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유찰됐다. 그 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간혹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갖가지 설만 쏟아낸 채 용두사미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8월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88CC 영업이익률 40% 장사 잘해
이들 골프장이 선진화 방안에 포함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즉 ‘합리적인 재원 마련’과 ‘공기업 본연의 임무 수행’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 관계자는 “소수의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골프장의 경우 공기업 설립 본래 목적과는 맞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다양한 기법으로 조사해본 결과, 88CC의 경우 현재 발생하는 운영 수익보다 매각 대금의 적절한 활용을 통한 기대 수익이 훨씬 더 높았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 관계자 역시 “이번 뉴서울CC 매각은 문예진흥기금 재원 마련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기금 적립금은 4000억원 정도에 불과해 적정 규모에 비해 6000억원 정도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즉 골프장 매각으로 4000억원 정도를 확보할 경우 안정적인 기금 운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회원 반발이 심하고 시장 가격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아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뉴서울CC는 10월 15일까지 매각 주간사의 골프장 실사가 이뤄지며, 12월 중순까지 예정 가격 확정과 예비·본 입찰 접수 등이 진행된다. 최종인수자 확정 및 계약은 12월 말 체결될 예정이다. 88CC는 10월 말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고 11월 예비실사를 거쳐 12월 11일까지 본 입찰을 실시한다. 한편 이들 공기업 소유 골프장 매각이 매우 비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수도권 지역 골프회원권시장에도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공기업 선진화는 그동안 경영에 문제가 있고 민영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진행되는 것이 상식”이라며 “36홀 회원제인 88CC나 뉴서울CC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규모의 주변 민간 골프장 영업이익률 평균치 17.9%보다 각각 22.18%포인트, 1.3%포인트나 더 높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번 공기업 선진화 조치가 자칫 ‘후진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어 “공기업 골프장이 민간에 매각될 경우, 원천적으로 수요가 부족한 주말 부킹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변 민간 고급 골프장회원권 가격이 덩달아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되면 주변 회원권 가격 오를 듯 실제 지난 5월 말, 위례(송파)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뉴서울CC가 국방부 소유의 남성대퍼블릭골프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회원권 가격이 단기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3억2500만원대를 유지했던 회원권 가격이 6월 말 3억200만원으로 2300만원이나 하락한 것.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 사항이 나오지 않자 시세는 다시 상승해 예전 가격을 회복하기도 했다. 회원들 역시 주말 부킹 축소와 그에 따른 회원권 가격 하락을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뉴서울CC는 현재 매월 첫째, 셋째 주가 회원의 날이다. 또 최소한 주말 2회 정도 부킹이 보장돼 수도권 지역 10억원대에 달하는 민간 골프장과 비슷한 권한을 누릴 수 있다. 88CC 회원들도 라운드 기회가 잘 보장된 편이다. 주말 기준 매월 두 차례 회원의 날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고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2회 정도 부킹이 가능하다. 다만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미 발행된 골프장회원권은 체육시설업자의 변동과 상관없이 최초 약정 사항을 포함 100% 승계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단서조항으로 인수한 업체가 신규 투자를 실시할 경우 그 투자비 한도 내에서는 신규 회원권 분양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새로 인수한 민간업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회원 자격과 숫자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기존 회원들이 불이익을 당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회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지난 2001년 신안그룹의 리베라(옛 관악CC) 인수 당시 회사와 회원 간 극한 대립이 빚어지기도 했다. 즉 고가의 VIP회원권을 다수 분양해 기존 회원들이 사실상 주중회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 법정 투쟁 등 우여곡절 끝에 기존 회원들의 부킹이 보장되기도 했다. ■ [뉴서울CC·88CC는 어떤 골프장인가] 강남역 기준 30분대 진입…코스도 절경 1987년에 36홀 회원제로 개장한 뉴서울CC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인 한국문화진흥원이 소유하고, 한국문화진흥㈜이 수탁관리를 맡고 있다. 9월 말 현재 회원 수는 1992명. 서울 강남에서 차로 30분대에 진입이 가능하다. 특히 남 코스는 봄 철쭉이, 북 코스는 가을 단풍이 절경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장 당시 위원회 자본금 2억원으로 출발한 이 골프장의 최초 분양가는 1950만원. 최근 시중 거래가는 2억5천대로 20년 새 13배 넘게 올랐다. 건축시설과 녹지 포함, 총 부지 면적은 255만545㎡. 그중 골프코스 면적은 74만466㎡이다. 매각대금은 4000억원 정도로 알려졌으며, 회원권 가격까지 합칠 경우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원들은 전체 면적의 30%대에 육박하는 녹지 개발을 옵션으로 내걸 경우 충분히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가보훈처가 소유한 88CC는 국가유공자 복리 증진을 위해 설립된 공익 골프장. 직원 상당수가 원호 가족들로 구성됐다. 동·서 코스 각각 18홀로 구성된 이곳 역시 입지 여건이 뛰어나다. 2007년 기준 내장객 수는 총 16만9000명이며, 122억6466만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렸다. 1988년 최초 분양가는 6300만원. 9월 말 현재 회원 수는 1900여명이며, 회원권(개인)은 2억5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김동식 기자 juju4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8호(09.10.28일자)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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