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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당 70억? 사느니 짓겠다"…코로나 호황에 골프장 몸값 치솟았다

2ProTM 2021. 8. 20. 17:50

다시 부는 골프장 건설바람

5년내 골프장 600개 시대
2014년 500개 돌파후 주춤
코로나 특수 누리며 급반전
최근 골프 즐기는 인구 늘고
해외 원정골퍼 수요도 유입

골프장 몸값, 장난 아니네
홀당 매매가 70억원에 육박
M&A도 3년 연속 1조원 넘어
작년 평균 영업이익률 40%
코로나 이후 전망은 엇갈려

 

◆ 매경 포커스 / 오태식의 숫자로 읽는 스포츠 ◆

국내 골프장 업계에 골프장 건설 붐이 다시 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골프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골프장 매매가격도 폭등하면서 기존 운영 중인 골프장을 인수하는 것보다 새로 건설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19년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골프장은 내년 말이면 90홀 규모의 대형 프리미엄 골프 리조트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인수할 당시만 해도 회원제 오크밸리 36홀, 대중제 오크힐스 18홀, 9홀 퍼블릭 오크크릭 등 63홀로 구성돼 있었지만 27홀을 새로 지어 국내 최대 골프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올해 충북 제천 킹즈락CC(옛 힐데스하임)를 매각한 중견 건설사 원건설은 충북 음성군 소이면에 27홀 규모의 대중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원래 2014년부터 조성이 추진되던 곳이지만 그동안 답보 상태에 놓였다가 원건설이 인수하면서 다시 건설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2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북 영동군에도 골프장이 몇 년 내 들어설 예정이다. 민간 사업자인 레인보우는 지난달 영동군 계획시설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일라이트CC 공사를 본격화했다. 18홀 규모의 대중제로 조성되는 이 골프장은 2023년 4월 개장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을 매물로 내놓은 충남 소재 한 골프장 대표는 "근처에만 서너 곳이 새로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몇 년이 지나면 이 지역 골프장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불을 댕긴 신설 골프장 건설 붐에 따라 골프장 업계는 5년 내로 '골프장 600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1'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 수(군 골프장 포함)는 18홀을 1개 골프장으로 환산했을 때 2020년 말 현재 566.7개소에서 2025년 말 619.7개소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전망치여서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골프장 관계자 중에는 5년 내에 100곳 가까이 새로운 골프장이 더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국내 골프장이 500개 시대를 연 것은 2014년 전후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말 군 체력단련장까지 합해 총 509개로 늘어나 처음으로 골프장 수가 500개를 넘었다.

2010년부터 5년 사이에 신설 골프장 100여 곳이 지어지면서 '골프장 500개 시대'가 열렸다. 당시 500개 시대 개막과 함께 골프장 업계에 위기 경고등도 켜졌다. 골프장 건설 붐이 일면서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공급과잉이 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 적정 골프장 수를 450개 정도로 봤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홀당 내장객 감소, 사치 업종 중과세로 체납 세금 누적, 회원권 가치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영업적자 누적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때부터 갑자기 골프장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했다. 2016년에는 4개 증가에 그쳤고, 2017년에는 오히려 1개가 줄어들기도 했다. 2018년 6개, 2019년 7개, 2020년 5개 등으로 증가 속도는 완만했다. 그런 분위기가 올해부터 급반전했다.


최근 골프장 건설 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요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을 할퀴고 있는 코로나19다. 지난해 초반 코로나19가 시작될 때만 해도 골프장은 제2의 빙하기를 우려했다. 하지만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골프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합한 스포츠라는 인식과 함께 해외로 나가던 골프 투어 인구까지 국내 골프장으로 흡수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해외에서 골프를 즐기기 위해 출국한 인구가 한 달에 약 5만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 수요가 국내 골프장으로 흡수됐다.

이제 관심은 과연 신설 골프장 붐이 가격이 치솟을 대로 치솟은 기존 골프장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5년 전 신설 골프장이 완만하게 늘었을 때 골프장 인수·합병(M&A)도 활성화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골프장 M&A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골프장 M&A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골프가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적절한 운동이라는 인식과 해외로 빠져나가는 원정 골퍼들이 국내에 머물면서 골프장 자체가 귀한 몸이 됐다. 대중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2020년 40.5%에 달하는 등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골프장 매매가격 폭등세를 견인했다.

국내 골프장 홀당 매매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더니 지금은 전국 평균 홀당 가격이 70억원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 골프장 홀당 평균 거래가는 67억1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63억원)보다 6.5% 상승한 금액이다. 연간 골프장 M&A 시장 규모는 2019년 처음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후 3년 연속 1조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홀당 매매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한 곳은 자산운용사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지난 3월 인수한 사우스스프링스CC로 대중제 18홀인 이곳은 홀당 95억6000만원(총 매매가격 1721억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스톤브릿지·카카오VX 컨소시엄이 한라그룹의 세라지오CC(대중제 18홀)를 1530억원에 인수했는데 홀당 매매가격은 85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골프장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과연 이 가격이 정상적인지 의문을 품는 골프장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골프장을 인수하는 것보다 새로 짓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등장했고 새로운 골프장 건설 붐으로 연결됐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단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지금 형성된 분위기가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다. 최근 유입된 2030세대 골퍼들이 앞으로 골프장 이용의 중심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해외여행이 막힌 20·30대가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에 입문한 뒤 골프장으로 속속 유입됐다. 탁 트인 교외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해외여행 대체재를 찾는 젊은 세대 요구와 맞아떨어졌다. 또 여성 팬들이 늘어난 시점부터 프로야구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던 예처럼 여성 골퍼들이 늘어난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 후 하늘길이 열리면 젊은 층이 다시 해외여행을 선택할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해외 골프여행 수요가 생기면 국내 골프장으로 흡수됐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출처 : 매일경제 오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