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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뭐길래' 관가 또 시끌시끌

2ProTM 2008. 3. 11. 09:37
골프가 또 공무원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날씨가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즌'이 돌아오고 있지만 골프약속을 잡아야 할지 말지 고민스럽기 때문.

요즘 관가의 관심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골프에 대한 생각은 뭐냐'는 것.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수시로 현장을 챙기라'며 사실상 휴일없는 강행군을 요구하면서 골프는 '제 정신이 박힌 공무원이라면 할래야 할 수 없는 운동'으로 인식됐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이 시점에 골프를 치는 수석이나 비서관은 없겠지만…"이라고 한마디 한 것이 '골프 금지령'으로 확대 해석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바쁘니 골프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차원일 뿐 골프 금지령을 내리는 건 그 역시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칠 시간도 없겠지만 절대 치지 말라는 건 아니라는 다소 애매한 뉘앙스다. 이 대변인은 "나도 가까운 시기에 기회가 되면 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도 골프가 화제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항에서 해외 골프관광객들 짐을 처리하느라 비행기가 제 때 이륙하지 못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지금 서민들은 50원 100원에도 민감한데 이런 일이 있다니 해외 토픽감"이라며 "이제 관광산업도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골프에 대해 언급한 가장 '따끈따끈한' 발언이지만 여기서도 대통령의 속내를 읽기는 쉽지 않다. 대통령의 언급 중 앞부분은 '서민들은 100원도 아쉬워 힘들어하는 판에 골프는 무슨 골프냐'는 일침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뒷부분은 '골프장을 많이 지어서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자유롭게 골프를 칠 수 있게 만들라'는 지시로도 들린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해서 다른 국민들이 편안하게 골프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라'는 뜻으로 읽히지만 골프채를 꺾어버릴 만큼 단호하지 못한 공무원들은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골프 육성론'을 들고 나왔다. 골프장 설립 가능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환경·입지관련 규제의 대폭적인 간소화를 추진키로 했다. 농지출자 방식으로 골프장을 건설할때는 농지보전 부담금도 감면해주겠다고 했다.

관가의 호기심과 설왕설래와는 달리 '골프업계'에서는 이같은 혼란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다. 공무원들이 골프를 치든 말든 회원권 가격이나 용품 업계는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골프장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회원권 시세에 영향을 줄 지가 더 큰 관심사라는 것.

골프회원권협회 관계자는 "YS가 골프금지령을 내려서 시장이 흔들렸던 건 1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그 때는 수요층이 두텁지 않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흔들렸지만 요즘은 공무원 사회의 골프 바람이 회원권가격에 주는 영향은 3~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