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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우후죽순 日 골프장의 교훈

2ProTM 2011. 2. 24. 09:57

도쿄 인근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지바현. 지자체 면적이 5157㎢로 충청남도 3분의 2 크기에 불과한 이곳에는 무려 155개 정규 골프장이 등록돼 있다. 지바현을 지날 때면 도로변에 난립한 골프장 안내표지 때문에 정신 집중이 제대로 안 될 정도다. 면적이 큰 북부 홋카이도(175개)나 관동지역 효고현(168개)에는 더 많은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 지자체 가운데 골프장을 1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곳만 해도 도치기현(140개)과 이바라기현(128개)까지 합쳐 모두 5곳이나 된다. 인구 1억3000명인 일본에 현재 운영 중인 골프장은 총 2440개. 넓지 않은 국토 면적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골프 천국이라 불릴 만하다. 일본 골프장 가운데 1970~80년대 고도성장기 때 정부의 규제 완화를 등에 업고 우후죽순처럼 건설된 곳이 절반을 넘는다. 또 이 가운데 상당수가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공급이 수요를 훨씬 더 초과하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실제로 거품경제 붕괴와 장기 불황, 고령화ㆍ저출산 기조, 기업들의 골프접대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일본의 골프인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비인기 골프장들은 외국 관광객 유치나 저가 마케팅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도산으로 몰리는 골프장이 해마다 더 늘고 있다고 한다. 이미 700개가 넘는 골프장이 주인이 바뀌었거나 부도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에는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일본에서 골프 사업에서 전격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일본에 진출해 135개에 달하는 골프장을 운영했던 골드만삭스는 일본 법인인 아코디아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골프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긴 했지만 골드만삭스는 일본에서 큰 손해는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골프업계는 또 다른 외국계 큰손인 론스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론스타도 일본 전역에서 125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론스타는 골프장 운영회사를 상장해 일본에서만 3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최근 골프 붐 속에 신규 골프장 건설이 대거 늘어나고 있다. 건설될 예정이거나 인허가 지역까지 합치면 3~4년 이내에 골프장 500개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골프장 증가 속도를 놓고 볼 때 자칫 일본 업계가 몰락한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지방 비인기 골프장 가운데 이미 회원권 가격 하락과 입회금 반환 문제로 경영위기에 직면한 곳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수요와 공급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무분별한 골프장 개발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한국 골프장 업계가 수년 후 외국 투기자본의 또 다른 놀이터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