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용료가 많이 올랐다. 배짱영업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고 시장 논리에 따른 자연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거의 모든 골프장이 그린피를 올렸다. 카트비도 9만원으로 1만원 인상된 곳이 많다. 12만원인 캐디피가 지금은 13만원이 일반적이다. 15만원인 곳도 있다. 그래도 골프장은 문전성시다. 대중제 골프장 매출이 회원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늘었다. 지역으로 보면 충청권, 경북권, 호남권 골프장 내장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수도권 골프장을 부킹하지 못한 골퍼들이 지방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휴가철 국내골프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집중됐다. 국내 골프장 사용 연인원은 3500만명이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해외골프여행객은 30만~50만명이었다.
내장객은 늘었지만, 매출이 같은 폭으로 늘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해외로 가지 못하는 회원들이 국내 골프장을 더 자주 방문하고 있다. 회원 비중이 높아지면 비회원 비중은 줄게 마련이다. 회원 요금은 비회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김훈환 부회장은 “골프장 내장객과 매출이 증가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회원 비중 증가, 오랜 장마로 인한 영업일 감소 등으로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골프장, 대박났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부킹이 어려워진 데서 비롯된 착시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김 부회장은 “회원권을 가진 사람들이 휴가철 해외로 나갔고 그 인원이 하루 1만명꼴”이라며 “그들이 지금 국내 골프장으로 몰린 게 부킹이 어려워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서 골퍼들은 대중제 골프장으로, 지방 골프장으로 몰렸고 그게 매출 증대를 불러왔다.
골프장 매출 증가가 골프장 배만 불려준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 경기가 어려워도 누군가는 돈을 써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돌아가고 자금 흐름이 원활해진다. 골퍼들이 낸 돈이 골프장 주인에게 가기도 하지만 골프장 노동자 월급으로도 쓰인다. 골퍼들은 인근에서 음식도 사먹고 상품도 구매한다. 골퍼들은 회원제 골프장에 갈 때는 1인당 4만5000원, 대중제는 5000원 정도를 세금으로 낸다. 과거 해외골프여행으로 해외로 나간 돈이 지금은 국내에 뿌려지고 있다. 부동산에 들어가는 돈은 투기성이다. 주식, 펀드에 투입되는 돈은 부가가치 창출보다는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상품과 같다. 그것들에 비하면 골프장 요금은 부가가치를 추가로 창출하면서 시장에서 돌고 또 돈다.
골프장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산업 특성을 알아야 한다. 골프장 비즈니스는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생산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생산량을 늘리면서도 요금을 크게 올렸다면 비난받는 게 맞다. 그러나 골프장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인원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겨울철 한두 달 문을 닫는다. 올해는 장마가 50일 안팎 이어지면서 영업 일수 자체가 줄었다. 수해 복구 비용이 몇억원씩 들어간 골프장, 상당 기간 영업하지 못한 골프장도 있다. 수용인원과 영업 일수가 제한된 만큼 성수기 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주말, 휴가철이면 더 비싸지는 항공료, 숙박비, 렌트비처럼 말이다. 그래도 카트비 인상은 이해하기 힘들다. 카트 구입비가 낮아졌고 카트는 빠른 진행을 원하는 골프장에 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캐디피는 더 오를 게 분명하다. 캐디 자체가 부족하다. 지방 골프장일수록 더욱 그렇다. 게다가 내년부터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캐디도 보험료, 세금 등을 내야 한다. 캐디피 추가 인상, 캐디 선택제, 노캐디·드라이빙 캐디 활성화 등이 전망된다.
골프장 업계는 현재 순간적인 흥행에 안주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면 지방 골프장부터 내장객이 급감할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요금을 유지하려는 골프장은 외면당할 것이다. 비용 인상과 함께 높아진 골퍼들의 기대치와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면 망할 수 있다. 어떻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까. 수도권에 몰린 수요를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시킬까.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을 어떻게 잡을까.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골프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불식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젊은 소비자들을 어떻게 늘릴까. 골프장이 지역사회와 협력하면서 공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골프장 업계가 조만간 마주할 생존 위기에 대비해 고민할 과제들은 무척 많다.
출처 : 스포츠경향 김세훈의 스포츠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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