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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대중골프장, 통제방안 마련해야”

2ProTM 2021. 10. 15. 17:32

[임윤희의 골프인]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골프업계가 호황이다. 수요가 늘면서 골프장 이용료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비싼 요금으로 인해 골프 대중화라는 말은 더욱 멀어진 듯하다. 오히려 귀족스포츠로 회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정부가 대중골프장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만큼, 대중골프장 이용료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 소장이 1999년 설립한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국내 레저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조사, 국내외 레저업체들을 위한 사업타당성 분석, 경영컨설팅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2000년부터 그가 발행하고 있는 <레저백서>는 레저업계의 필수 서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도 겸임하고 있는 그를 만나 골프 산업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21년째 <레저백서>를 발행하고 있다. 백서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 부탁한다
<레저백서 2021>이 지난 5월 20일로 21번째 발간됐다. 이 책에는 국내 레저산업 시장을 대표하는 골프, 리조트, 스키장, 콘도미니엄, 테마파크 산업 등의 매출액, 이용객수 등의 자료와 일본의 통계자료까지 함께 들어 있다.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레저산업 통계 도표가 327개 수록돼 있는데, 그중에 골프산업은 본문과 부표를 포함해 250쪽에 달해 레저백서의 핵심을 이룬다.

레저백서는 매년 보다 나은 자료를 수록하기 위해 열정을 바쳐 1년 내내 만들고 있다. 국내 레저업계에서는 바이블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연구소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기아경제연구소를 명예퇴직하고 1999년 2월 설립했다. 초기에는 국내 레저산업은 물론, 경마.경륜·경정·카지노·복권 등의 사행산업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2005년경 이후에는 레저산업 중에서 골프 산업에 관한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끼고 집중적으로 연구해오고 있다.

올해 <레저백서>에는 코로나 시대 골프산업의 변화상이 기술돼 있다. 향후 골프산업을 전망해본다면
코로나19 사태가 골프장의 초호황을 가져왔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백신이 보급되지만 코로나19 변종이 나오면서 향후 3~5년까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국내 골프장산업은 급속하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골프 인구라고 할 수 있는 스크린골프 인구가 300만~400만 명에 달하고 있고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골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이 2018년 15.1%에서 지난해에는 17.5%로 높아지면서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2030세대들이 대거 골프장에 나가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골프웨어 시장이 2019년 4조63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조 1200억원, 그리고 올해는 5조68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채 및 골프용품 시장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회원제 골프장보다 오히려 대중골프장의 그린피가 비싼 경우도 있다. 골퍼들 사이에선 비싼 요금 때문에 무늬만 대중제라는 불만도 있는데
정부는 골프를 대중화시키기 위해서 2000년 1월부터 대중골프장에 대한 세금을 대폭 감면해오고 있다. 대중골프장의 세금감면액이 지난해 9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막대한 세금을 감면해주는 이유는, 대중골프장이 입장료를 싸게 받으면서 골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이를 통해서 골프대중화가 확산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세금감면 혜택이 골퍼들이 아닌 사업주에게 돌아가는 게 문제다. 정부에서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골프나 관련 산업에 대한 지표가 전무후무했다. 신뢰도 높은 연구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지표가 있다면
지금 골프장뿐만 아니라 레저산업 전반에 내가 개발한 지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중 ‘홀당 이용객수’ 지표는 다양한 부분에서 골프장의 이용객을 분석할 때 쓰이고 있다. 골프장과 이용객수는 늘어나는데 부킹난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서 만들게 됐다. 골프장 규모에 상관없이 상대 평가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18홀에 1년에 8만 명이라고 보면 8만 명 나누기 18을 하는 방법이다. 연간 자료로 비교하면 골프장별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골프 인구가 언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국내 골프인구가 급증했다. 국내 골프인구가 2019년 469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514만 명으로 45만 명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골프장이 실외운동이라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주 52시간제와 재택근무제가 확산되면서 골프장을 찾는 직장인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골프장 이용료가 폭등하면서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골프인구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대중화’를 위해 오랫동안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 골프대중화를 위해 골프장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골프대중화란 골프를 치는 중산충들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골프장 이용료가 급등하고 부킹난이 일어나면서 골프대중화는 향후 10년 내 어려울 것 같다.

대중골프장의 경우, 주중 그린피는 평균 16만원, 토요일에는 21만원이 들고 여기에 팀당 캐디피는 13만원, 팀당 카트피는 9만원 정도 추가된다. 따라서 골프를 치는 데 들어가는 1인당 비용은 주중 22만원, 토요일 27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식대와 기름값, 톨게이트비 등을 합치면 주중에는 최소 26만원, 토요일에는 31만원이 든다. 이 같은 경제적 부담은 2030세대들이 골프를 치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골프장에서는 향후 캐디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 비용을 낮춰야 한다. 특히 골프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초호황을 보이면서 캐디부족난이 심각한데, 이를 계기로 마샬캐디(골프백이 실린 골프 카트를 운전하고 홀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등의 최소한의 편의만 골퍼에게 제공하는 캐디를 말한다)나 노캐디제를 도입해서 골퍼들의 캐디피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을 맡고 있다. 어떤 단체인가
이 모임은 골프소비자인 골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2011년 11월 한국골프소비자모임으로 출범했다. 골프장의 폭리를 없애고 골프대중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뜻있는 몇 명이 만들었고 그후 골프장 그늘집 가격이 턱없이 비싸다는 자료를 조사, 발표하면서 골퍼들의 관심을 끌었다. 2013년에는 골프장 그늘집 가격을 조사해 폭로한 바 있고 홀별 정산제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해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고쳤다.

골프장에 대해서 합리적인 쓴소리를 하다 보니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과에서는 골프대중화를 위해 꼭 필요한 단체로 인정했고 2014년 말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국내 골프장 관련 정책 중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있다면
대중골프장들이 골프대중화에는 관심이 없고 돈벌이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지탄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중골프장의 그린피 인상률은 주중 19.0%, 토요일 15.0%로 회원제 비회원 인상률(주중 7.4%, 토요일 6.8%)을 크게 상회했다. 여기에 캐디피와 카트피도 오르면서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고 골프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대중골프장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만큼, 대중골프장들의 이용료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무늬만 대중제인 편법 대중골프장들이 판치고 있다. 대중골프장은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회원을 모집하거나,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 예컨대 대중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콘도회원을 모집해 골프장 부킹 및 입장료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회원을 모집할 수 있는 회원제의 장점과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대중골프장의 장점만을 취하고 있다. 하루빨리 ‘체육시설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편법 대중골프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세제혜택을 받으면 의무가 생긴다. 지난해 대중골프장의 세금감면액은 96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골퍼들이 아닌 골프장 사주에게 돌아가는 게 문제다.

골프의 매력은 무엇인가
골프는 정복이 힘든 스포츠이다. 당구의 경우, 한번 200을 치면 10년, 20년 후에도 비슷하게 칠 수 있다. 그러나 골프는 어제 잘 맞아서 싱글을 하더라도 오늘은 90대를 칠 수 있다. 따라서 골프는 정복이 힘든 스포츠이기 때문에 자꾸 도전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골프는 중독성이 강해서 골퍼들이 돈과 시간이 있으면 골프장에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친구나 지인들과 골프를 칠 경우,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만든다. 골프 치는 데에만 4시간 30분이 소요되지만 1시간 이상의 식사시간과 대기시간 등을 합치면 거의 6~7시간 정도를 함께한다. 이 때문에 골프는 비즈니스에 가장 적합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친구나 지인들과 골프를 치면서 간단한 내기를 하는데, 이 덕분에 한번 더 웃을 수 있고 재미도 배가 된다.

PROFILE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1958년 충북 음성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
●사단법인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
●예스케이컨설팅 고문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겸임교수
●학력한국외국어대 대학원 국제경제학전공 경영학 석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