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News

'돈줄' 끊긴 건설업계 "골프장 팔자"

2ProTM 2012. 1. 27. 10:37

"골프장은 이제 돈이 안 돼요. 시세가 조금이라도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게 상책입니다."(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빠진 건설업계가 앞다퉈 골프장 매각에 나서고 있다. 골프사업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면서, 보유 골프장이 회사 재정상황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 1순위로 떠오른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 세인트포 컨트리클럽(CC)을 소유한 A사는 최근 이 골프장을 매물로 내놨다. 현재 중국 업체가 세인트포CC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업체 소유 골프장들도 매물로 속속 나오고 있다. 시공능력 32위인 삼부토건은 최근 주주총회를 거쳐 경남 사천시 타니CC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한솔건설이 책임준공 조건으로 건설한 강원 화천과 경북 안동 소재 골프장도 매각 대상이다. 임광토건은 지난해 경기 여주 그랜드CC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팔았다. 지금은 인천 그랜드CC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골프장 인수·합병(M&A)은 사업 특성상 물밑에서 진행되다보니 주인이 바뀐 뒤에야 매각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 매각을 추진 중인 곳은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업체들이 보유 골프장을 잇따라 매물로 내놓는 것은 은행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이 중단되면서 야기된 자금압박 타개용으로 풀이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PF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고, 그 자금을 조달했더라도 골프 사업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골프장 사업에 손을 떼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한몫 한다. 최근 들어서는 골프인구 감소와 함께 경기침체에 따른 회원권 가격 폭락이 분양률 저조로 이어지는 악순환 탓에 기존 골프장은 물론 신설 골프장까지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S건설은 제주에서 골프장을 지으면서 1000억원대의 부채가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Y기업도 경기 포천의 한 골프장 공사로 약 1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골프장 매물은 넘쳐나지만 실제 매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수를 원하는 쪽에서 '조금만 기다리면 프리미엄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국내의 430여개 골프장 중 약 3분의 1이 건설사 소유"라며 "자금난에 처한 건설업체들이 늘면서 골프장 매물도 잇따르겠지만 골프장 수익이 예전 같지 않아 매각이 쉽게 성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