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골프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에 와서 보니 골프가 한국인들의 삶에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자가 멕시코에서 다녔던 한 골프장에는 51개국에서 온 750명의 회원이 있었다. 그중 10명이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이들을 제외한 다른 회원들은 한국인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국인들은 항상 같이 도착해 그들끼리만 라운드를 했다. 이후에도 같이 식사를 하고 또 같이 필드를 떠났다. 사람이 한두 명 부족해도 다른 나라 출신의 회원과 한 팀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골프를 치다 보니 한국인들의 그런 행동이 관습과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한국인들은 분명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친절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의 골프는 어떻게 다른지 얘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에 부임하기 전에는 필자의 삶에서 골프가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줄 몰랐다. 한국에서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서 과거 유럽·미국·남미에서의 플레이와는 너무 다른 데 놀랐다. 한국에서 골프는 외국에서와 같은 게임이지만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먼저 골프장의 의미가 다르다. 한국 골프장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회원은 함께 라운드할 3명의 파트너를 초청할 수 있다. 따라서 골프장의 다른 회원들에 대해 알 수도 없고, 그들과 함께 라운드하지도 않는다. 반면 외국에서 골프장은 스포츠를 즐기는 곳일 뿐 아니라 사교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필자의 경우 같은 커뮤니티 회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지기 위해 골프클럽에 가입했다. 회원이 되면 개인 사물함에 소지품을 보관하고 오후에 필드, 피칭 연습장이나 퍼팅 연습장에서 자녀들에게 골프를 가르칠 수 있고 함께 플레이할 수도 있다. 혼자 골프장에 가면 인원이 부족한 팀에서 함께 라운드를 하거나 골프장에서 개최하는 골프 토너먼트에 참가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라운드가 끝나면 경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18번 홀의 바에서 음료를 마시고 함께 카드게임을 하거나 도미노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가족을 만나러 집이나 클럽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둘째로 게임 방식이 다르다. 한국에서 비즈니스 골프는 모든 사람이 기분 좋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룰이 정해진 것 같다. 멀리건·오비티·프리드롭·컨시드 등의 룰은 한국에서만 있거나 훨씬 관대한 편이다. 필자는 해외에서 골프를 칠 때면 종종 가방에 넣어 다니는 골프 규정집을 참고한다. 게임에 대한 내기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는 내기골프에서 돈을 따거나 잃는 것은 본인이나 상대가 얼마나 플레이를 잘 했는지와 직결되고, 라운드 후에는 진 사람을 놀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승부는 누가 어떤 골프채를 선택하느냐, 그리고 누가 먼저 돈을 따느냐에 따라 훨씬 더 많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 먼저 돈을 딴 사람이 스리퍼팅이나 트리플보기 등의 실수를 하게 되면 딴 돈을 다시 돌려줘야 되니 게임은 매우 평등하게 진행되는 셈이다.
필자가 한국 골프장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캐디 제도와 골프 카트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카트가 운전자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깜짝 놀라 소리칠 것이다. 필자 또한 그랬던 것 같다. 4명의 플레이어가 냉난방기기, 공, 티, 마커, 구급상자 등을 구비한 작은 카트에 다 함께 타고 가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골프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골프백을 메고 다니면서 공도 직접 찾는다. 필자는 필드를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더운 날이면 카트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캐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서는 여성 캐디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 명의 캐디가 네 명의 플레이어를 모두 보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비용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해외에서 좋은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5000달러에서 10만 달러 정도다. 반면 한국에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거의 집 한 채와 맞먹는다. 그리고 매번 라운드를 할 때 비용이 1000달러에 달한다. 스코틀랜드인들이 처음 골프를 창안했을 때 오직 부자들만을 위해 만든 것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한국의 골프를 사랑한다. 대부분의 골프 코스는 잘 정돈돼 있고 아름답다. 하지만 한국의 골프문화가 조금 더 가족이나 친구 중심이라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라운드할 수 있다면 한국의 골프를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읽을거리&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장·군수님은 골프장을 좋아해… 전국 시·군 평균 3개꼴 (0) | 2013.06.21 |
---|---|
LG전자, 'G Pro배 골프대회' 개최 (0) | 2013.06.21 |
법원 “골프장 어렵다고 입회금 반환 유보 안돼” (0) | 2012.06.27 |
인천지역 골프장 크게 는다 (0) | 2012.05.30 |
골프존, 강남 골프 로데오 거리에 골프팩토리 4호점 상륙 (0) | 2012.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