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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밸리 내놓은 호반 "고점에 판다"

2ProTM 2020. 9. 28. 15:18

레저분야에 부쩍 힘을 쏟는 듯하던 호반그룹이 스카이밸리CC 매각을 추진하면서 시장은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스카이밸리CC는 꾸준히 매출이 증가 중인 알짜 사업장인 데다 최근 골프붐이 일어난 덕분에 실적 성장세에 더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반그룹은 잘되는 사업을 손에 쥐고 있기보다 시장에 내놓는 방향을 택했다. 골프장 호황이 고점에 가까워진 만큼 오히려 투자회수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 초반에 이 골프장을 인수한 이후 약 20년 만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스카이밸리CC의 목표 매각가를 3000억원 선으로 잡아두고 있다. 이미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원매자들 가운데 그 이상을 제시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는 자산매각 형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스카이밸리CC를 운영하는 법인 ‘호반스카이밸리’는 골프장이 팔린 뒤에도 그대로 존속한다. 추후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다른 자산이나 사업장을 인수하는 등 여러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매각이 특정 매물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시장에서는 대형 M&A(인수합병) 추진을 위한 실탄 확보차원에서 자산 유동화에 나선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호반그룹의 두둑한 자금사정을 감안할 때 현금이 급히 필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로 간판계열사 호반건설은 지난해 연말 기준 유동자산이 2조9000억원에 이르는 데다 순현금만 1조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웬만한 매물은 굳이 스카이밸리CC를 매각하지 않더라도 사들일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들여 키워온 스카이밸리CC를 품에서 떠나보내는 배경에는 시장에서 골프장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호반그룹은 국내에서 강북 쪽에 서서울CC, 강남 쪽으로 스카이밸리와 H1클럽 등 3개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레저를 키우고 있긴 하지만 주력사업이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여주 스카이밸리CC는 고점에 매각하고 2개만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 투자 운영방안이라고 봤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호반건설의 행보는 주식시장에서 활용되는 이른바 ‘롱숏’ 전략과 어느정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하는 롱숏전략을 펼 때 고평가로 여겨지는 종목을 숏(매도)하고 당장 경영이 불안하더라도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은 롱(매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호반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호반 측이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M&A 매물 물색, 전망 밝은 신사업 투자 등에 항상 적극적인 것은 맞지만 이번 매각은 당장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팔기 좋은 때’라서 파는 사례”라며 “주식이 제일 비싼 시점이라고 판단될 때 매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호반그룹이 우량사업 지속을 통한 외형 유지보다 현금화에 전향적 모습을 보이는 데는 자체개발사업이 핵심인 그룹의 성격과도 연관이 있다. 도급위주 건설사의 경우 인프라와 외형을 일정하게 끌고가야 하는 반면 호반건설처럼 자체사업이 기반인 회사는 사정이 다르다. 직접 리스크를 안고 땅을 사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경기에 따라 몸집을 줄여서라도 현금을 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현금을 쌓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데 스카이밸리CC도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2년 전만해도 골프장 매물은 인기가 없어 잘 안팔렸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호반그룹이 회원제 골프장인 스카이밸리CC를 매입한 것은 2001년이다. 당시 대영루미나를 인수해 이듬해인 2002년 4월 36홀로 확장하면서 이름을 스카이밸리CC로 바꿨다. 5년 뒤에는 홀에 카트 길을 냈고 2012년에는 소규모 코스 개조를 적용하는 등 밸류애드(Value-add)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운영법인인 호반스카이밸리의 지분 구조를 보면 호반건설이 호반프라퍼티와 지분 45%씩을 나눠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5.5%), 그의 부인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4.5%)이 쥐고 있다. 또 하와이 와이켈레CC를 운영하는 미국법인 'Hoban E&C USA, Inc.'를 100% 종속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출처 : 더벨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