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비껴간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골프장이다.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한민국 골프장은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해외 출국이 어려워져 골프 관광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대한민국 골프장들의 '코로나 특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골프장들과는 달리, 골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골프장을 찾을 때마다 가벼워지는 지갑 때문이다. 지난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골프장이용료 소비자물가지수는 113.02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12.49, 올해 1월 112.81보다 상승한 수치다. 겨울철 골프장이 비성수기임을 감안하면, 골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급격히 상승한 '골프장 물가'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공식과 같던 '그린피+캐디피 20만 원'은 이젠 옛날 이야기가 됐다. 카트비와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한 번 라운딩을 즐기기 위해 1인당 수십 만 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골프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골프장들이 이제는 '골프의 귀족화'를 이끌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10월에는 '골프장 운영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청원인은 "대중스포츠로 점점 자리매김하는 골프가 다시 일부 상류층만의 리그로 회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청원에는 약 3만9000여 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 상승하는 가격, 하락하는 서비스 퀄리티
올라간 가격만큼이나 서비스의 질이 나아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느끼는 골프장의 서비스는 가격 인상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면서 코스 컨디션과 시간적 여유는 더 나빠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아마추어 골퍼 A씨는 지난해부터 골프장을 찾는 횟수가 줄었다. A씨는 "확실히 모든 비용(그린피, 캐디피 등)이 다 올랐다.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내로 몰린 것이 이유 같다"면서 "예약하기도 힘들고, 필드에 나가도 뒷조가 밀린 탓에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요즘은 요금이 너무 비싸져서 필드에 자주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캐디피 인상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가격 상승 요인이 없는 부분에서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카트피다. 국산 카트의 경우 대당 1500만 원, 일본제 카트의 경우 대당 2000만 원 안팎에서 가격대가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카트를 6개월 가량 운행할 경우 카트 구입 가격을 모두 뽑고, 이후에는 운행할 때마다 골프장의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유지비용이라고 해봤자, 전기 충전 비용과 배터리 교체 비용 밖에 들지 않는다. 7년째 전기요금이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트피 인상 요인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카트피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5년차 아마추어 골퍼 B씨는 "캐디피는 인건비 상승 측면에서 이해하려해도, 카트피 상승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카트는 전기 충전으로 운행되는 것인데, 전기세가 오른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유지되던 카트피를 갑자기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B씨는 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5인 이상 모임 금지인 탓에 4인이 모여서 라운딩을 하기 어렵다. 캐디 한 명까지 합하면 5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3인 플레이를 하려고 했는데, 카트피와 캐디피가 똑같다고 한다. 라운딩하는 사람은 한 명 줄었는데, 돈은 똑같으니 1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폭리에 가까운 골프장 내 식음료 가격 역시 꾸준히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 중 하나다. 이제는 골프장 안에서 무엇을 사먹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소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미 대부분의 골퍼들이 라운딩 후 골프장 바깥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고, 아예 간단한 요깃거리를 미리 준비해 라운딩에 나서는 골퍼들도 늘어나고 있다.
▲ 골프장 이용료 현실화 방안 찾아야
급등하는 골프장 이용요금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중골프장의 경우, 정부로부터 엄청난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받은 혜택이 7000-8000억 원에 이를 정도다. 이용요금을 인상하는 골프장의 경우 세제혜택을 축소하거나, 아예 이용요금 결정 과정에서 중앙과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골퍼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골퍼들의 자유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라운딩 시 카트 사용, 캐디 동반 등에 대해 골퍼 본인이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 카트 이용과 캐디 동반 라운딩이 사실상 반강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골퍼들이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진다면, 골퍼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지출이 이뤄질 수 있다.
출처 :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읽을거리&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골프장 내장객 4,673만 명. 한국골프장경엽협회 발표 (0) | 2021.04.27 |
---|---|
카카오VX, 골프장 ERP업체 인수…골프장 운영업 시동 (0) | 2021.03.26 |
골프장 매물 가격 ‘홀 당 100억 원’ 주고 사느니 차라리 골프장 만든다 (0) | 2021.03.18 |
[골프회원권 동향] 2021년 회원권시장, 유동성 논란과 전망 (0) | 2021.03.10 |
태국, 골프장 자가격리 조건 골프여행 허락 (0) | 2021.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