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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회원권 20억원 시대… Why?

2ProTM 2008. 3. 28. 09:39
수요 넘치는데 물량은 적고 수도권에 새로 짓기도 힘들어
골프중심 한국 접대문화도 한몫

"네? 20억원이요? 이게 말이 되나요?"

남부CC 회원권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20억원(매수가)을 넘어섰다. 서민들이라면 눈이 튀어나올 만한 수준이다.

서울 강남 38평 아파트나 삼성전자 주식 3300주, BMW 750Li 9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그래도 매물이 없다는 게 더 놀랍다.

이런 가격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왜 한국 골프장들의 가격이 유독 비싼 걸까.

업계는 수급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현재 회원권값이 10억원을 돌파한 골프장은 가평베네스트 남부 이스트밸리 남촌 렉스필드 비전힐스 레이크사이드 등 7곳.

이들 골프장은 항상 수요 초과다. 일단 유통 물량이 적다. 대부분 회원 수가 18홀당 200~300명 정도로 극소수인 데다 전체 회원 중 80% 이상이 법인이다.

끊임없이 가수요를 양산하는 곳 역시 법인. 요즘 웬만한 기업체는 대부분 초고가 회원권 1~2개씩은 보유하고 있다. 이왕 접대할(비즈니스) 바에는 제대로 된 접대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원하는 시간대에 부킹이 100% 돼야 하는 건 기본.

`필드 계약`이 원만하게 이뤄지려면 서비스도 최상이어야 한다. 이러니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접대를 통해 수주계약이 이뤄지면 금상첨화다.

손중용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자산 시장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한 이들 `빅7` 골프장에 대한 수요는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수도권 주변에 대체재가 없는 것도 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규제가 집중되면서 수도권 주변에 신규 골프장을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구는 수도권으로 꾸준히 모여든다. 회원권 소유자 중 80% 이상이 수도권 거주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 1시간30분만 넘어가도 `초고가 프리미엄`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성 윈체스터나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 역시 10억원대에 가까운 분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초고가 회원권이 되려면 2% 부족하다고 회원권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접근성이 탁월한 기존 `빅7` 골프장에 수요가 또 몰릴 수밖에 없고 이런 수급 구조 때문에 또다시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총투자비에 대한 불투명성이 거품 가격에 한몫한다는 지적도 있다. 투명하지 못한 골프장 건설과 리모델링 비용 등 뻥튀기 투자비가 결국 회원권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서천범 한국 레저산업연구소장은 "일본은 주주 회원제나 사단법인 회원제를 통해 땅의 지분 일부를 주고 있는데도 회원권값이 한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단순히 이용권만 있는 한국은 거품이 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가격 조작`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특정 회원권은 5억원에서 10억원까지 가는데 거래량이 5건에 불과한 사례도 있었다는 것. 유통 물량이 워낙 적다 보니 일부 대기업 계열 골프장은 은밀하게 내부자 거래를 통해 가격을 띄우는 편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가 접대문화의 중요한 축이 돼 버린 한국적 풍토에서 거품 가격의 원인을 찾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접대가 룸살롱 등 밤문화에서 골프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수도권 근접 골프장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홍보실장은 오히려 1억원짜리 회원권 10개를 사는 게 나을지 10억원짜리 회원권 1개를 사는 게 이익인지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