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참 춥고도 길었다.
그런 와중에 2011년이 사작하자마자 그린피는 올랐다.
정부는 그동안 경감해주던 세금을 더 이상 봐주지 않았다.
정부가 내려 준 세금으로 무슨 선심이나 쓰듯이 그린피를 내렸던 골프장들은 일제히 그린피를 올렸다.
그것도 세금만큼이 아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더 많이 올린 것이다.
1998년 온 나라가 환란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박세리의 우승은 우리에게 감격을 주어 일부나마 시름을 덜어주었다. 골프를 모르던 사람도 박세리에게 감격했고 그녀의 벗은 발의 색깔을 보며 경의를 보냈다. 그녀를 보고 자란 세리키즈들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골프에 관한 한 역유학을 해야 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한국이 세계 속의 골프 강국으로 우뚝선 것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골프장에 가장 많은 세금을 매기는 나라, 골프장 경영자가 내장객보다 훨씬 우월한 나라, 간단한 식음료조차 반입할 수 없는 골프장, 무시무시한 그린피에다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카트며 캐디까지, 어느 것 하나 골프장을 체육시설이라고 여길 만한 데가 없다. 무슨 일만 생기면 골프장 가는 것을 부도덕하게 만들어 버리는 나라에서 그렇게 많은 훌륭한 선수가 배출되는지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골프장은 어떤가
세금 때문에 죽는다는 소리를 하면서도 골프장을 건설하고 싶어 안달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장객이 없어서 힘든 골프장도 있을 것이다. 멈출 기미가 없는 골프장 건설은 필경 일본과 같은 줄도산을 맞을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다르다. 인구 대비 골프장 수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고 주말부킹이 하늘의 별따기인 데다 인근 식당에서 불투명한 부킹이 이뤄질 정도다.
겨울이면 추운 날씨에도 할인되지 않는 골프장에서 하루를 퍼부을 돈이면 동남아 국가에서 며칠을 놀다 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외국으로 떠나는 골프여행객의 수가 관광수지 적자에 큰 몫을 차지한다. 또한 골프과부가 되기 싫어 억지로 골프를 시작한 여성들이 이제는 골프를 사랑하게 돼 주중 골프장을 채우고 있다.
하지만 그린피 인상이 이런 추세에 심각한 타격을 주리란 예측을 할 수 있다. 회원이 아닌 동반자를 구하기 어렵고 필드보다 못하지만 어느 정도 만족을 줄 수 있는 스크린골프 또한 골프장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성골퍼가 늘어난 데에는 그린피 인하가 한몫을 했음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올 시즌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공이 튀고 강추위에 떨어도 비싼 그린피를 굳게 지킨 골프장은 이런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골프장들은 아직 장사가 된다는 것이고 아직은 골프장 컨디션이 나빠도 할인은 하기 싫다는 배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접근성이 좋지 않은 일부 골프장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고가의 회원권을 팔아 놓고 비회원의 내장을 더 선호하는 꼼수를 쓰는 것을 회원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는가?
골퍼들을 보자.
아직도 골프를 행세 깨나 하는 사람의 운동이라고 여기는가?
골프를 치면서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가, 공은 자기가 쳐놓고 책임은 캐디에게 떠넘기지는 않는가, 매너는커녕 속물 근성을 부리지는 않는가, 부킹질서 운운하면서 식당에다 웃돈을 줘가며 주말골프를 쳐본 적은 없는가, 자신이 비신사, 비매너 골퍼로 반성할 점을 없을까, 골프장을 체육시설이라고 우기면서 비싼 돈을 내고 하니 과시하고 싶은 적은 없는가?
골프 안에서 우리는 공범이다.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려면 남들이 공감하는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아시안 게임에서 많은 금메달을 따서 국위를 선양하는 종목이 확실하고 그 금메달로 군 면제혜택을 준다면 골프는 수영이나 육상과 다를 바 없는 운동이다. 그렇다면 수영장이나 육상트랙을을 건설하고 경영하는 데 드는 세금 이상을 골프장 시설에 매긴다면 분명히 역차별이다. 정부가 골프에서 딴 금메달을 타 종목과 같은 기준으로 대한다는 것은 지금의 세금정책이 모순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골프 세금은 당연히 바뀌어야 마땅하다.
골프장도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 온갖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골프장 인허가를 둘러싼 불법이 난무하며, 자금 흐름이 확실하지 않고, 회원권 분양과 골프장 경영 및 부킹질서의 투명성을 의심받는다면 결고 정부의 세금 폭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골프장이 새로 문을 열었고 또 많은 골프장들이 건설되고 있다.
골퍼의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골프장의 수준도 걸러질 것이고 그에 따른 그린피의 차등화도 이뤄지리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골퍼를 봉으로 알고 폭우나 폭설이 쏟아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폭염주의보나 한파경보가 내려져도 전화 취소를 절대 사양하는 골프장이 있는 한 아직 멀었다. 골퍼보다 우월하려는 자세를 내려놓고 골퍼와 더불어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만 진정으로 골프를 사랑하는 골퍼도 늘어날 것이고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훌륭한 선수들도 꾸준하게 배출될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이고 한국은 이제 그 중심에 있다. 그리고 한국 골프의 위상은 세계랭킹 1위 신지애를 낳고 일본 상금왕인 김경태를 낳았다. 이런 일을 일상적인 뉴스로 보게 될 날도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골프를 대중적인 운동으로 만드는 노력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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