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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회원권 하락 심상치 않다

2ProTM 2009. 10. 30. 17:46

가을 시즌을 앞두고 접근성이 좋은 서울 근교의 뉴서울CC 회원권을 지난 9월 초 3억원대에 사들였던 벤처기업가 K씨(44)는 요즘 한숨만 나온다.

M&A(인수ㆍ합병) 루머가 돌더니 불과 한 달 새 2억원대 중반까지 내려앉았고 그나마 되팔려고 해도 매수 문의조차 없다는 얘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골프회원권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금리 인상 변수와 함께 세무조사설 등 외부 악재가 불거진 데다 가을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떠받쳤던 법인 등 기관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낙폭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시장의 근간이 되는 중가격대 회원권이 낙폭을 주도하고 있어 당분간 약세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한 달간 가장 낙폭이 컸던 골프장은 골드CC. 8월 말만 해도 1억4000만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던 골드CC는 1억1000만원대까지 20% 이상 폭락했다.

한때 6억원을 호가했던 안성베네스트GC의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2억3000만원대에서 꾸준히 보합세를 보이더니 지난달부터 힘을 잃고 1억9000만원대로 급락해 2억원 선마저 내주고 말았다.

정부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골프장인 뉴서울CC는 지난 8월 26일 3억2000만원에서 2억6500만원으로 한 달 반 만에 17%나 급락했다. 88C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8월 말 고점인 3억2200만원 대비 18%나 급락해 현재는 2억6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뉴서울CC와 88CC 등 수도권 블루칩들의 하락세가 인근 골프장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흥 태광 한성 등 인근 골프장들 역시 거래가 뜸해지면서 한 달째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매수 주체의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더블딥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자금을 유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을 주도해야 할 법인 매수세가 받쳐 주지 않고 있는 데다 시중금리가 서서히 오를 기미를 보이면서 개인 큰손들 역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신규 골프장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회원권 시장에는 분명 악재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지방 골프장 미분양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대세 하락기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극단론도 나오고 있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실장은 "가을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세무조사 루머 등 외부 악재에다 매수 주체 부재라는 내부 악재까지 동시에 불거지면서 당분간 시장은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원권 용도가 투자가치 중심에서 이용가치 중심으로 옮겨 가고 있는 골프 주변 분위기도 대세 하락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요즘에는 회원권 없이도 골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골프 전문 사이트나 회원권 부킹 사이트 같은 곳에 회원으로만 가입해도 어렵지 않게 골프장 부킹을 할 수 있다.

골프장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시세에는 부담이다. 현재 국내 골프장 수는 350개를 넘어 400개를 향해 가고 있다.

몇 년 후에는 500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명옥 초원회원권 거래소 팀장은 "분위기는 심상치 않아도 대세 하락기로 보는 것은 무리다"며 "한국은 골프산업 전반이 아직까지 성장기고 골프장이 이득을 내고 있는 상황은 분명 미국이나 일본 시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